Wednesday, November 4, 2009

<많은 청춘의 대표. 그의 죽음.>

(1931년 경향잡지)

천백년을
살듯이 팔딱거리던
청춘이라 믿어서 염려안턴몸

거기에도 죽음은 갑작이덤벼

용서없이 목숨을 끊어내인다


청한신부 공교히 아니계시고

집안식구 옆에서 헛된통곡과

공포의혹 물결은 맘에요란코

천만고통 온몸을 바수는중에


모래같이 적다고 막범한죄는

태산같이 큰괴물 앞에나서고

잠결에든 꿈같이 알던지옥은

흉한입을 벌리고 삼키려한다


벽력같은심의 호령소리에

오락가락 정신이 산란한중에

진실상등 통회가 나올수있나

재촉하는 죽음은 덤벼들었다


실낱같은 숨결이 마지막지니

염통까지 온몸은 싸늘히식고

부드럽던 사지도 돌같이굳어

보기에도 흉칙한 시체이로다


흰자위만 보이는 푹꺼진눈에

양미간을 찡그린 창백한얼굴

검푸르게 변경된 입과입시울 [입시울: 입술]

보기에도 흉측한 송장이로다


의지없이 외로운 너의영혼이

이세상을 마지막 떠나던그때

얼마나큰 고통을 당하였는지

네얼굴이 그대로 말하는도다


지나가는 신부를 보기만해도

제양심이 보채여 달아나더니

지공지엄 사심판 천주대전에

홀로꿇어 얼마나 떨고지냈나


온갖맵시 다차려 모든사랑을

네한몸에 받으려 허덕이더니

송장보라 지겹다 피해내빼는

뭇사람의 염오를 알고있느냐


남의마음 끌려고 애도쓰더니

참지못할 독취를 내피고있어

오는이의 고개를 돌이켜주고

피하는자 걸음을 재촉해주지


신식이란 다찾어 양장을하고

아양피는 얼굴에 간사한웃음

별난몸짖 다꾸며 저만잘난듯

뵈는곳에 나서기 좋아하던몸


바뀜없는 수의에 묻혀있어서

널판대기 네조각 그것이치창

상여속에 떠며감 호사이랄가

광주속에 누어서 아양좀피지!


집구석에 있기는 멀미가나서

남의눈을 피하여 쏘다니던몸

좁고좁은 널속에 갇히여있어

갑갑히도 어떻게 묻히어있나


<생략>


날저물어 쓸쓸한 공동묘지에

귀뚜라미 구슬픈 울음소리는

네영혼의 애타는 통곡소린가

억만번을 울어도 때는늦었다


땀한방울 흘리기 사양하던몸

검고붉은 추깃물 흘러내려도 (송장이 썩어서 흐르는 물)

더러운지 추한지 알지못하고

막대같이 뻣뻣이 누인그대로.


미안백분 화장품 한끗드려서

여쁜모양 내려고 애도쓰더니

그얼굴에 구더기 들썩거리고

흐넉흐넉 썩음을 알기나하나


부드러운 비단만 입으려하고

입에맞는 음식만 골라먹더니

버러지의식을 예비해주려

그와같이 몹시도 안달을했나


<생략>

화장품의 향내는 어디로가고

코찌르는 독취만 가득하온가


거울앞에 앉아서 꾸미던얼굴

구멍세개 딱뚤린 해골바가지

신식치장 다차려 모양내던몸

엉성한뼈 몇가락 이게네차지


굶주리고 헐벗은 가난방이는

티끌같이 발아래 내려보더니

잘났다는 제몸은 얼마잘나서

먼지되고 흙되어 흩어지는가


어둔하늘 유성이 스치고가면

자취까지 다시는 볼수없듯이

번개같이 순식간 살던네몸은

이세상에 영원히 사라졌도다


성사보기 몹시도 슬희여하고 (싫어하고)

도리훈계 너무도 염증내더니

그모든것 뒤두고 휙돌아서서

끝날까지 찾은것 이것이너냐


짧고짧은 평생에 맛보던쾌락

꿈이라면 아직도 다행하련만

허탄하긴 꿈같이 허탄하여도

딸린벌은 끝없이 걱정이로다


폭양밑에 헤메는 작은개암이 (개미) 폭양: 뜨겁게 내리 쬐는 햇볕

겨울추위 준비를 할줄알거든

만물으뜸 훌륭한 사람이되어

한이없는 지옥불 생각못했나


아마아마 너떠난 네영혼의꼴

너와함께 멸망에 과연있는지

두리노라 묻노라 어찌되었노

두리노라 묻노라 어찌되었노

()


나는 그를 지옥에 갔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가 밟어 나간 길은 지옥길인 것같고 또는 길로 나가는 청춘남녀 중에 지옥에 하침하는 자도 많은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청춘들의 가장 많이 유혹받는 잎피고 꽃피는 봄쯤하여 발포하려 하였으나 죽은이를 생각하는 추사이망첨례
[<가톨릭>‘위령의 날’의 전 용어.] 당하여 누구의 죽음이든지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이오,

봄과 여름에 무성하던 나무잎새가 찬서리와 찬바람에 뚝뚝 떨어지는 가을을 당하여 지금의 청춘도 나무잎새와 같이 한번은 죽음을 당할 것을 생각하기에도 적당한 때라고 생각하여 서투른 붓장난을 하여본 것이다. <생략> 탕자청춘의 죽음을 그려보려고 하여 오육년전에 죽은 나의 아는 어떤 청춘의 죽던 형상을 대상으로 하고 것이다. <생략>1931 경향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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