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4, 2009

김종한 안드레아 편지

아랫 글에서 중요한 부분:

세상 사에서도 좋은 기회를 놓치면 그것을 다시 얻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구령사정에 있어서이겠습니다.

나는 천주교에 입교할 적에 천주를 섬기고 내 영혼을 구하는 것 밖에 다른 목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교우들은 천주교를 믿기 시작하면 천주를 섬기고 우리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고향을 떠나 멀리 아무도 없는 사람 없는 지방을 찾아 갑니다. 우리는 우리 구원을 위하여 온갖 희생을 당합니다. 우리는 역경이거나 순경이거나, 모든 것을 천주의 섭리로 생각합니다.

비록 각 사람이 따로 따로 떨어져 한 지체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마는, 성교회의 머리는 천주님이요, 목은 동정 성모 마리아이시며, 우리들은 모두 지체가 되는 것입니다. 머리를 직접 해하지 않는다 하여도, 해하는 것은 곧 머리를 해하는 것이요, 이와 마찬가지로 지체를 사랑하는 것은 곧 머리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제 천주를 사랑하면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고, 사람들을 사랑하면 천주를 또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전체:
김종한 안드레아가 자기 형에게 보낸 둘째 번 편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
초봄에 형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니 대단히 슬프기는 합니다마는, 아무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장 요긴하고 가장 중요한 일은 착하게 죽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무엇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읍시까. 사람의 가장 큰 도리는 천주를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고, 천국을 얻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 큰 본분을 채우지 않고 세월을 허송한다면, 살아서 무엇하겠읍니까.
이 본분을 생각하지 않고 세상에 태어났다가 사람이 또 그 모양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그것은 태어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할 것이며 짐승보다도 못한 처지에 놓여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짐승은 죽으면 허무로 돌아가지마는,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그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영원한 죽음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죽음! 이 말은 무서운 말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죽게 마련인 육신이 죽음을 무서워한다면, 영원히 살게 마련인 영혼은 얼마나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겠읍니까. 지금 지옥에 떨어지면, 살되 진정으로 살지 못하며, 죽되 죽을 수가 없읍니다. 수만년을 거기서 지났다 해도 언제나 시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슬프고 슬프다. 하늘과 해의 광명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 언제나 캄캄한 시냇못 속에 빠져 있다는 것! 이것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그러나 한편 지옥의 괴로음을 생각하면, 이 세상의 어려움과 괴로움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세상의 병과 재난을 고생스럽게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잘 이용할 줄만 알게 되면, 그것들이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육신은 생명을 이어나갈 만한 것을 찾아 내는데, 어떻게 영혼은 그렇게 할 수가 없겠읍니까. 이 세상 물건은 본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것을 선용하면 좋은 것이 되고, 악용하면 나쁜 것이 됩니다. 그것은 마치 올라가는 데도 쓰이고 내려가는 데도 쓰이는 사다리와 같은 것이어서, 어떤 물건이든지 우리가 죄를 피하고 공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읍니다. 무슨 일이든지 기쁜 마음으로 예수를 위하여 하십시오. 그러면 간선자가 되실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착한 지향이나 나쁜 의향에 달린 것이니, 형님은 아무리 큰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예수를 위하여 참아 견디십시오. 그러면 그 어려운 일들이 구원을 이룩하고 천국을 얻게 하여 줍니다. 그러니까 고통과 고뇌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천주의 영광만을 찾으십시오. 마귀와 육신과 세상의 산을 무너뜨리고 영원한 행복을 향하여 날아가십시오.
저로 말씀드리며 이 괴로운 곳에 들어온 지가 벌써 1년이나 디었는데, 아주 특별한 은혜로 몸 성히 잘 있으니, 이 은혜를 천주게 감사하는 바입니다. 저는 순교를 향하여 가는 중이며, 이 마지막 은혜를 감히 바라기까지합니다마는, 이 은혜를 받기에는 너무도 부당합니다. 모든 일이 질질 끌어가기만 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으므로, 저는 몹시 겁이 납니다. 그로 인하여 육신은 편합니다마는 영혼은 그만큼 더 병이 들고, 이렇게 살아 있는 육신 속에서 영혼은 마치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만일 이 훌륭한 은혜를 얻지 못한다면, 이 후에는 어떻게 삼구와 대항해 나가겠습니까. 육신이 약한 때에는 영혼이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영혼이 약해지면, 육신이 성하게 됩니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제가 이번 기회를 놓지면, 그것을 영영 다시 찾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형편을 생각하면 할수록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 근거없이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온전히 공으로 주시는 천주의 은총을 바라고, 둘째로는 여러 교우들의 기도를 믿습니다. 그러니까 전심 전력으로 기도하여 주십시오. 제가 산림속의 나무같이 되지 말고, 열매를 맺도록 날마다 기도하여 주십시오.
...
세월은 흐르는 물 같아, 우리가 서로 만나지 못한 지가 어언 1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저나 형이나 고생은 아마 매 일반일 것입니다. 가끔 형의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 무서운 겨울 동안 형은 많은 곤난을 당하며서도 살아 계시다니, 천주를 찬미합시다. 나는 지금 신앙을 위하여 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훌륭한 처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순교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질 뿐 아직 내 죄 때문에 아리따운 순교의 문턱에 머무르고 있을 뿐입니다. 결말이 지어지지 않고, 질질 끌어가기만 합니다. 나는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는 나무와 같습니다. 만일 이대로만 간다면, 이것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월을 보배입니다. 그것을 한 번 잃기만 하면 영영 도로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 시간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나 노력하게 되겠습니까. 세상 사에서도 좋은 기회를 놓치면 그것을 다시 얻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구령사정에 있어서이겠습니다.
나는 천주교에 입교할 적에 천주를 섬기고 내 영혼을 구하는 것 밖에 다른 목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당하는 처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별로 낙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내 아내가 곤난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괴롭고 슬픕니다. 내 아내는 겨울의 ??중에 몸을 부접할 곳이 없으며, 그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친척이 아니면 친지라고는 하지마는, 내가 이런 처지에 있으므로 아무도 그를 도와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끔 자기 자신의 몸이 위태로와질까 봐 겁난다고 핑계하는 바람에 내 아내는 다른 데로 몸담을 곳을 찾아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어찌 이렇게까지 무정하고 무관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교우들은 천주교를 믿기 시작하면 천주를 섬기고 우리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고향을 떠나 멀리 아무도 없는 사람 없는 지방을 찾아 갑니다. 우리는 우리 구원을 위하여 온갖 희생을 당합니다. 우리는 역경이거나 순경이거나, 모든 것을 천주의 섭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서 오는 모든 곤란이 천주의 명으로 되는 것이고, 기쁨이나 괴로움이 우리가 잘 쓰면 모두 구원되는 방법이 된다 하더라도, 아무 의지없이 외로이 있는 자들을 도와 주는 것이 더욱 더 훌룡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몸담을 곳이 없는 내 아내를 보살펴 주십니오. 내 아내를 형의 집에 받아들이고 친척처럼 대하며, 그의 육신과 영혼이 생명을 보존하여 주는 데 힘쓰시면, 형은 그것으로 형 자신의 구원의 일을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내 아내를 마음놓고 형에게 부탁합니다. 형의 따님이 우리와 함께 갇혀 있기 때문에 나는 이 부탁을 한층 더 마음 가볍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몇 해 동안이나 더 이와 같은 가통을 당하게 될는지는 모르지마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할 수 있는 대로 따님의 용기를 북돋아 주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 보상이 될 것입니다. 애덕을 가지고야 우리가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천주께서도 이 세상을 애덕 위에 세우셨습니다. 만일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보존되겠습니까. 성교회는 오직 한 몸을 이룰 뿐기고, 하늘과 땅이 하나의 전체를 이룰 뿐이며, 세상도 또한 하나의 전체를 이룰 뿐입니다. 합심과 사랑 위에 자리잡지 않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 육체는 많은 지체가 있는데,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지체가 어디 있으며, 우리가 떼어 버렸으면 하는 지체는 또 어떤 것입니까. 사람은 서로 서로 도움으로만 사는 것이니 육신은 영혼을, 영혼은 욕신을 도와야 합니다. 생명을 보존하는 데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비록 각 사람이 따로 따로 떨어져 한 지체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마는, 성교회의 머리는 천주님이요, 목은 동정 성모 마리아이시며, 우리들은 모두 지체가 되는 것입니다. 머리를 직접 해하지 않는다 하여도, 해하는 것은 곧 머리를 해하는 것이요, 이와 마찬가지로 지체를 사랑하는 것은 곧 머리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제 천주를 사랑하면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고, 사람들을 사랑하면 천주를 또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천주교회사 (중) p. 75-80

No comments:

Post a Comment